40대 난임일기#12-9주차 초음파와 임신증상, 10주차 상봉마리아에스 난임병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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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9주 차 증상

    9주 0일 차부터 9주 3일 차 아침까지 아랫배가 아팠다. 토요일 4시경 자다가 배가 아파서 깼고, 일요일은 하루 종일 배가 싸한 게 생리통, 배란통처럼 아팠다.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금까지 40년 살면서 생리통 같은 통증으로 이렇게 아픈 적이 없었고, 이전 임신 8주에 유산도 됐었기에 갑자기 걱정이 됐다. 그래서 원래 10주가 되는 5월 2일 상봉마리아에스 병원 졸업하는 날까지 못 기다리고 불안한 마음에 미리 동네에 알아봐 두었던 분만병원에 차트도 만들어둘 겸 아침 일찍 산부인과에 갔다.
    분만병원 초진이라 진실에서 간단하게 문진을 받고 내차례를 기다렸다 초진예약이 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면서 병원 내부를 둘러보고, 주변 부부들의 표정도 살펴봤다. 난임병원에서 볼 수 있는 부부들의 표정보다 훨씬 가볍고 즐겁고 표정이 다양했다. 아무래도 안정적으로 임신이 되어 건강관리에만 힘쓰면 되고, 큰 산을 하나 넘었다는 안도감에 호르몬 주사와 난자채취, 이식, 착상 여부 확인 등 마음 졸일 일이 많은 난임병원에서 만날 수 있는 부부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는 표정들이 있었다. 나도 이제 분만병원에 다니게 된다면 내 표정도 좀 밝아지겠지?
    내 차례가 되어 진료실로 들어갔다. 일단 현재 내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드리니 바로 초음파를 보자고 하셨다. 초음파 볼 준비를 하고 진료의자에 앉아 화면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혹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과는 달리 아이는 아주 많이 커져있었다. 심지어 손과 발이 꼬물거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옆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어서 너무너무 다행이었다. 안도감과 괜한 걱정을 하고 있어서 미안해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게 꼬물거리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흘렀다. 심장소리도 아주 크고, 반짝거림도 좋았다. 훌쩍거리며 의자에 일어났더니 간호사 선생님이 놀라셨다. 다시 진료테이블 앞에 앉아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다.
    배가 아팠던 것은 자궁이 커지고 아이도 커지니까 근육이 늘어나서 아픈 거라고, 이런 아픔은 앞으로 계속 있을 것이라 조만간에 아픔에 적응될 것이라고 하셨다. 출혈이 생기는게 위험한 것이니 피가 나지 않는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 아픈 것보다 훨씬 더 아파야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해주셨다. 진료비 계산할 때까지 훌쩍거리니 휴지를 건네주시면서 드디어 나에게 산모수첩을 만들어주셨다. 앞으로 내가 다닐 삼성프라임산부인과는 세이베베로 초음파 영상을 봐야 하기에 예전에 깔아 두었던 세이베베 앱에 새로 부여받은 바코드를 입력하고 영상을 남편에게 전송해 주었다. 약 2시간 후 집에서 쉬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아마 남편도 울었나 보다.

    병원에 다녀온 후, 도서관에 들러 임신 관련 책자를 빌려왔다. 초산이고 졸업도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임신이 된 나의 몸과 아기의 성장 과정을 공부해두어야 하기 때문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을 하나 골라왔다. 임신 초기, 중기, 후기와 산후조리, 임신 중 건강관리에 관해 임산부들이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질문들의 답을 해놓은 책이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궁금해하는 것들의 답을 얻을 수 있었고, 이후의 생길 수 있는 고민에 대해 대비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나에게 해당되지 않는 내용을 건너뛸 수 있어서 시간도 절약될 수 있는 책이었다. 중요한 내용과 꼭 기억해야 할 내용을 따로 노트에 적어두면서 꽤 자세하게 공부했다. 중요한 부분은 남편도 읽을 수 있게 포스트잇으로 붙여 표시해 두고 읽게 시켰다. 이 두꺼운 책을 모두 읽지 않아도 돼서 그런지 꽤 신중하고 꼼꼼하게 잘 읽었다.

 

 

임신 10주 차 난임병원 졸업

    드디어 기다리던 10주 0일 차 난임병원 졸업의 날, 상봉마리아에스를 가는 마지막 날이다. 9주 3일 차에 분만병원에서 아이가 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아무 걱정 없이 잘 졸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갔다. 남편도 오후 반차를 내고 병원에서 만나 같이 졸업식에 참여했다. 며칠 만에 아이는 펭귄이 되어있었다. 짧은 팔다리가 양옆으로 펼쳐진 모습이 꼭 펭귄같이 귀여웠다. 젤리곰이 조금 커진 모습이었다. 탯줄도 태반에 붙어 잘 형성되어 있었고, 심장도 잘 뛰어 졸업해도 된다는 말이 정말로 믿기지가 않았다. 이제 확실하게 빼박 내 뱃속에 붙어있는 생명이었다. 상봉마리아에스는 따로 기형아 검사를 하지는 않고, 바로 니프티만 하고 있다고 했기에 분만병원에서 진행한다고 했기 때문에 이날 바로 졸업을 할 수 있었다. 만약 상봉에서 니프티를 하게 되면 2주 후에나 졸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콩주사(유산방지제) 작은 걸 맞고 집에 왔다. 우리는 이제 약도 안 먹고 주사도 안 맞고 즐겁게 아이와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기쁨을 맞이했다. 

    졸업기념으로 병원에서 축하 메시지와 함께 아기양말을 주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날 오후에 진료 보는 사람 거의 모두 졸업자였다. 아기양말을 하나만 받아가는 사람, 두 개 받아가는 사람들 모두 미소를 띠며 돌아갔다. 즐거워 보였다. 드디어 힘든 난임병원을 졸업한 뿌듯함을 나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11주 차 1차 기형아 검사만 잘 통과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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