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애란
- 출판
- 창비
- 출판일
- 2011.06.20
요즘은 하루하루 몸이 조금씩 다르게 반응하고, 평소 같았으면 별일 아닌 일에도 유난히 감정이 흔들려서
한 번 울컥하고 나면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어야 마음이 가라앉는다.
임신이라는 게 단순히 생리적인 변화만을 뜻하는 줄 알았는데,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이렇게 다채롭게 변해갈 줄은 몰랐다.
오늘은 어쩐지 아무것도 하기 싫고, 내 감정이 나조차도 제어할 수 없을 만큼 흐릿하게 번져서
오랜만에 책장 한쪽에 꽂혀 있던 『두근두근 내 인생』을 꺼내 들었다. 전에 누군가가 선물로 주었던 책이었지만,
그동안은 차마 펼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미뤄두고 있었던 그 책을
이제야 꺼내 읽게 된 이유가 어쩌면 지금 내 배 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처음엔 단순히 풋풋한 성장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는 예상보다 훨씬 조용했고, 깊었으며, 무엇보다 아렸다.
열일곱 살의 조로증 소년 '아름이'는 겉모습은 늙은이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유난히 맑고 유연했고,
자신의 운명을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삶에 대한 애착과 거리두기를 동시에 품은 아이였다.
그 아이를 따라가다 보니 자꾸만 내 아기와 나 자신이 겹쳐졌고
책 속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내게 들려주는 실제 이야기처럼 마음 깊은 곳까지 밀려들었다.
특히 아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은, 어떤 조건이나 가능성보다는 ‘존재 자체’에 대한 사랑이었기에
그 장면 하나하나가 지금의 나에겐 너무도 절실하게 다가왔다.
나는 어릴 적부터 유전병을 안고 살아왔고, 겉으로 보기엔 그다지 큰 불편 없이 지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매번 몸의 작은 변화에도 과민하게 반응해야 했고, 남들보다 더 조심스럽게 살아야 했기에,
늘 '내가 누군가의 짐이 될까 봐'라는 생각을 마음속 어딘가에 품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임신은 기쁨만큼이나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아이를 간절히 바랐지만, 정작 임신이 되자 혹시 나의 아픔을 이 아이에게 물려주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섰고,
그 죄책감이 예상보다 더 묵직하게 가슴을 누르곤 했다.
하지만 아름이와 그의 가족을 바라보면서,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모든 삶은 그 자체로 이미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조금은 받아들이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짧고 아픈 생이겠지만, 그 안에서도 충분히 웃고, 사랑하고,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아름이라는 소년이 내게 보여준 것이다.
책을 덮고 난 후, 나는 조심스럽게 배 위에 손을 얹었고, 나도 모르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게 되었다.
“너는 어떤 모습으로 와도 괜찮아. 엄마는 너랑 같이 살아가고 싶어. 그거면 충분해.”
오늘은, 비록 몸은 무겁고 머리는 띵하지만
그 모든 불편함 속에서도 생명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감사함이 밀려오는 밤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조용히 건네준, 작지만 오래 남을 위로 같은 이야기였다.
🌱 아이를 향한 부모의 마음
“아름이는 대수와 미라를 위해 마지막 선물로 부모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어 한다.” Brunch Story+2예스24+2blog2.aladin.co.kr+2
아름이는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부모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을 고민한다. 이러한 모습은 부모로서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마음과 닮아 있어, 임신 중인 엄마로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 젊은 부모의 성장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되어, 너무 일찍 늙어버리는 아들을 키워야 하는 이 젊은 부모는 세상의 이치를 깨치고, 삶은 그렇게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절망 혹은 그것을 뛰어넘어 관조하기에도 여전히 젊은 청춘이다.” 예스24
아름이의 부모인 대수와 미라는 열일곱에 부모가 되어, 조로증을 앓는 아들을 키우며 빠르게 어른이 되어간다. 이들의 이야기는 부모로서의 책임과 성장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어, 임신 중인 엄마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Brunch Story+2예스24+2blog2.aladin.co.kr+2
🍃 삶의 소중함과 감사
“책을 읽고 나서 떠오르는 단어는 ‘감사’이다. 아름이의 삶을 통해 내게 주어진 일상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infocortex.tistory.com
아름이의 이야기를 통해,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과 감사의 마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어. 임신 중인 엄마로서, 아이와 함께할 미래의 일상들이 얼마나 귀중한지 되새기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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