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병원 옮김
이사를 한 집 근처로 난임병원을 옮기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보니까 유명한 대형병원급 난임병원 말고도 의외로 주변에 많은 난임병원이 많았다. 서울과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말이다. 작은 규모의 난임병원을 다니면서 신선 2회, 냉동 2회를 했지만 착상조차 되지 않았기에 조금 시술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해도 규모가 크고 사람이 많은 난임병원을 선택하려고 했다. 이사 한 곳에서 가장 가까운 난임병원은 상봉마리아에스였다. 시험관을 하면서 여러 매체를 찾아보면서 가장 많이 언급이 된 곳은 차병원과 마리아병원이었다.
2024년 8월, 상봉마리아에스에 첫 방문을 하여 상담을 받고 필요한 검사를 진행했다. 이전에 했던 시험관 결과를 보더니 부부 모두 정자와 난자 상태를 다시 검사해야 하고, 호르몬 검사와 유전자 검사도 둘 다 진행했다. 자궁내시경까지 한 나는 냉동 2회 차가 실패했기 때문에 생리가 다시 시작되기를 기다려야 새로운 주기의 시험관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사한 집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운동도 하고, 새로운 곳에서 마음 좀 추스르고, 여름 방학 동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 다시 시험관을 할 수 있기를 기다렸다.
신선 3회차 기간
2024년 추석 연휴는 꽤 길었다. 바쁜 와중에 시험관을 시작하게 되면 어쩌지 하고 걱정이 많았는데, 친정 부모님이 코로나에 걸리셔서 친정일정은 모두 취소가 되었다. 거기다가 생리도 연휴 시작하자마자 바로 시작되어서 난임병원에 급하게 가게 되었다. 이른 오전에 난임병원에 들러 고날에프(난포성장주사제) 4일 치를 받아 집 냉장고에 넣어두고 바로 시댁으로 갔다. 추석 연휴에 시댁에서 하루 자고 오려고 했는데, 어머님께서 연휴 마지막날은 너희끼리 보내라고 자고 가지 말라고 하셔서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시험관 스케줄이 너무 원하는 만큼 여유 있게 되어 다행이었다.
고날에프 4일차 되는 날 난포와 자궁 내막을 확인하고 IVFM 4일 치를 받아왔다. IVFM 3일 차 되는 날 다시 한번 난포와 자궁 내막 두께를 확인하고 난자채취를 위한 세트로타이드(조기배란억제주사제) 2일 치를 받아왔다. 세트로타이드 2일 차 최종 난자 채취일을 확정하기 위한 초음파를 보고 이날 맞아야 하는 오비드렐과 데카펩틸(난포최종성숙유도제)을 각각 1대씩 받아 정해진 시간에 주사했다. 난자 채취 전날에는 모든 주사가 없어서 시험관 하는 중에 제일 신나는 날이다.
고날에프 4일치 수령 → (4일간 자가주사) → 난포 & 자궁내막 확인 + IVFM 4일 치 수령 → (IVFM 3일 차) 난포 & 자궁내막 재확인 + 세트로타이드 2일 치 수령 → (세트로타이드 2일 차) 초음파 검사 → 오비드렐 + 데카펩틸 1대씩 주사 (정해진 시간에) → 난자 채취
난자 채취
9월 27일 오전 8시 50분. 드디어 신선 3회차, 상봉마리아에서 첫 시험관을 위한 난자를 채취하는 날이다. 이날 직장에 난임연차를 쓰고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갔다. 전신마취를 해야 하기에 빈속에 물 한 모금 먹지 않고 눈뜨자마자 바로 갔다. 수액을 연결하고 난자 채취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난자 채취 장소는 제법 아늑했다. 이전에 다녔던 난자 채취실은 정말 수술실 같은 하얗고 차가운 삭막한 곳이고, 다리와 팔을 사방으로 벌려 의자에 묶고 진행을 했다. 거열형을 당하는 줄 알았는데, 여기는 그냥 부드러운 조명에 일반 처치실 같은 편안한 곳이어서 무섭거나 하지 않았다. 원장님이 어떻게 진행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짧은 대화를 건네주시고 바로 마취에 들어갔다. 시술은 15분 정도였다. 채취가 끝나면 간단히 채취 결과와 오늘 컨디션 관리 방법, 이후 일정을 설명해 주셨다. 난자는 11개 채취했다. 금식을 하고 왔기때문에 간단 요깃거리도 주셨다.
이식, 그 후 결과 확인
2024년 10월 1일. 채취한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켜 4일 동안 배양한 수정란을 이식했다. 이번에도 다행히 국군의 날 공휴일이 되는 바람에 회사걱정 없이 편안하게 이식을 받고 왔다. 이번 난자 채취와 이식 후의 통증은 꽤 있었다. 일주일간 배가 아프다가 이식하고 한 2~3일이 지나서야 통증이 사라졌다. 이식 후 10일째 되는 날 피검사로 임신확인을 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이식하고 3~4일부터 얼리나 패스터를 이용해서 임테기를 해본다. 나는 그렇게 신경 쓰는 것이 오히려 더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피검사 전날 이식 9일째 되는 날 아침에서야 임테기를 해봤다. 1년 만에 다시 본 2줄!! 이번에는 착상이 되었다. 드디어. 결국. 왔구나!!!
임신 5주~7주
임신 4주차 첫 초음파로 아기집 확인할 때 쌍둥이인걸 알았다. 그토록 원하던 쌍둥이가 생겼다니! 정말 기뻤다. 병원에 다녀야 하고 주기적으로 초음파를 봐야 하기 때문에 회사에 연차나 지각, 조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양가 어르신들께도 안 한 임밍아웃을 먼저 했다. 양가 어르신들께는 안정기가 되어서 알려드리려고 했다. 그런데 내 첫 번째 임신은 아기집 확인부터 조금 순탄치 않았다. 착상이 늦게 된건지 기준 주수보다 크기가 작았고, 배아 크기도 작았다. 보통은 1주일에 한 번씩 초음파로 확인하는데, 심장소리도 약하고, 크기도 작아 1주일에 2번씩 초음파로 확인하면서 성장을 지켜봤다. 임신 7주 차 쌍둥이 중에 하나는 심장도 뛰지 않았다. 다음번에 초음파 볼 때 한 아이도 성장이 안되면 소파술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7주 차까지 임신을 했다는 기쁜 마음보다 조바심이 더 큰 시기였던 것 같다. 출퇴근을 하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하면서 스트레스받았던 게, 화를 냈던 게, 밥을 제대로 못 먹었던 게 문제를 일으킨 건 아닌지 생각하면서 우울하고 착잡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8주 차가 되고 다시 병원에 갔다. 한 아이도 심장이 멈춰버렸다. 결국 소파술을 하게 되었고, 날짜까지 잡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남편 앞에서 한 동안 서럽게 울었다. 어렵게 만난 아이를 이렇게 쉽게 떠나보낼 줄을 몰랐다. 남편도 울고, 나도 울고, 우리 아이들도 울던 하루였다.
소파술 이후
회사에 유산휴가를 일주일 내버렸다. 난자 채취하던, 배아 이식하던 곳과 같은 곳에서 아이를 떠나보냈다. 아이를 만난 곳에서 아이를 보낸다는 생각이 드니 누워 있는 동안 눈물이 마구 흘렀다. 소리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는데, 말없이 간호사 선생님이 눈물을 닦아 주셨다.
소파술도 간단히 끝났다. 3주넘게 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잘 쉬라고 하셨다 계류유산도 출산이라며 남편이 한우미역국을 끓여주었다. 남편도 얼마나 힘들까.... 일을 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정신없이 하반기 일정을 진행하느라 어느 정도 유산의 아픔을 빨리 잊어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원장님이 3개월을 쉬어야 다음 시험관을 할 수 있다고 하셨기에 일단, 우리는 회복에 집중했다. 미뤘던 집들이도 하나씩 하고, 동네 탐방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기분전환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다음 일정보다는 지금의 우리에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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